
마스크에 쓴 시 2 걸식하던 때로 돌아가야 해. 공장형 축사, 유전자 변형 곡물, 생산성 우선주의, 비료 농약 항생제 온갖 촉진제, 도륙, 밀림과 숲을 밀어내고 들어선 대규모 농장들, 무엇이든 유행이 시작되면 투자가 폭증하고, 투자해 유행을 만들기도 하고, 돈이 돌기 시작하면 파괴는 시작되고, 팔리는 한 지구 끝까지, 제어 불가능한 덤블링, 궁극엔 황무를 향한, 지구적으로 소비되는 오늘의 유행, 마트에 그득한 오늘의 식자재들, 돈만 된다면 어디든지, 무엇이든지, 어떻게 해서든지, 지구를 서너개쯤 팔아치워도 끄떡 않을 자본의 탐욕, 과잉생산 과잉소비, 지구의 것을 파괴하면서 얻은 풍요의 뒤안, 우리가 발붙일 곳은 여기뿐인데, 머지않아 혹독하게 되갚아야 할 텐데, 내일의 아이들은 굶게 될 텐데, 생의 모든 ..

삶을 살아낸다는 건 다 왔다. 하늘이 자잔히 잿빛으로 바뀌기 시작한 아파트 동과 동 사이로 마지막 잎들이 지고 있다. 허투루루. 바람이 지나가다 말고 투덜거린다. 엘리베이터 같이 쓰는 이웃이 걸음 멈추고 같이 투덜대다 말고 인사를 한다. 조그만 인사, 서로가 살갑다. 얇은 서리 가운 입던 꽃들 사라지고 땅에 꽂아논 철사 같은 장미 줄기들 사이로 낙엽은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밟히면 먼저 떨어진 것일수록 소리가 엷어진다. 아직 햇빛이 닿아 있는 피라칸사 열매는 더 붉어지고 하나하나 눈인사하듯 똑똑해졌다. 더 똑똑해지면 사라지리라 사라지리라, 사라지리라 이 가을의 모든 것이, 시각을 떠나 청각에서 걸러지며. 두터운 잎을 두르고 있던 나무 몇이 가랑가랑 마른기침 소리로 나타나 속에 감추었던 가지와 둥치들을 내놓는..

2022년 11월 5일 토요일, 오늘의 두 번째 이야기는 춘당지(春塘池)에서 이어집니다. 명정전에서 나와 춘당지로 이어지는 길은 그야말로 햇빛도 들지 않을 정도로 무성한 숲길입니다. 단풍철도 이미 때가 늦어 퇴색한 갈색 잎들만 가득하지만, 가끔은 가을날 오후의 강한 햇살을 받아 붉은 자태를 뽐내는 단풍나무도 만날 수 있습니다. 춘당지 앞에는 이미 인파로 북적거립니다. 깊어가는 계절을 아쉬워하듯 뒤늦게 절정을 맞이한 단풍나무가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습니다. 춘당지의 연못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지금 보이는 큰 연못은 원래 내농포(內農圃)가 있던 자리로 임금이 궁궐 안에서 직접 농사짓는 경험을 하는 곳이었다고 하지요. 1907년 일제가 창경궁을 동물원과 식물원으로 바꿀 계획을 세우면서 일본식..

2022년 11월 5일 토요일입니다. 오늘은 창경궁의 늦가을 모습을 옮겨 보겠습니다. 화려한 궁궐과 그 속에 감추어진 멋진 가을빛을 담아본다는 설렘도 잠시, 마음은 한없이 무거워집니다. 바로 1주일 전, 그러니까 창덕궁 모습을 옮기던 10월 29일 밤, 용산 이태원에서 그야말로 말로 표현하기 힘든 대형 참사가 발생했었지요. 핼러윈 축제를 즐기러 온 수만은 인파가 좁은 골목길에 몰리게 되면서 불행하게도 150명이 넘는 희생자와 또 그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일주일이나 지난 오늘까지도 여전히 생사의 기로에 놓인 중상자가 많다고 하지요. 21세기의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참사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국가 기관에서 이러한 불행을 사전에 막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 참을 수 ..

2022년 10월 29일, 날씨도 화창한 토요일 오후입니다. 오랜만에 창덕궁(昌德宮)으로 발길을 옮겨 봅니다. 창덕궁은 경복궁(景福宮)의 이궁(離宮)으로 1405년(태종 5년)에 지어진 후, 임진왜란으로 소실되었다가 광해군 때에 재건된 후에도 화재로 인하여 여러 차례 개수(改修)와 증축(增築)을 하였다고 하지요. 계유정난[癸酉靖難 - 1453년(단종 1년)에 수양대군이 단종의 보좌 세력이자 원로대신인 황보인, 김종서 등 수십 인을 살해, 제거하고 권력을 잡은 사건, 그로부터 2년 후 수양대군이 조선 7대 왕으로 즉위하게 됨]으로 권좌에 오른 세조가 경복궁에 머물기를 꺼려하여 창덕궁에 거처하기 시작하면서 약 25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조선의 법궁(法宮) 역할을 하였다고 합니다. 경복궁은 주요 건물들을 좌우..

나리공원 입구의 항아리분수와 수련의 모습을 옮겨 봅니다. 가을 햇살과 물방울이 만들어 내는 무지개를 담아 보려고 시도했지만 원하는 이미지를 얻지는 못했습니다. 연못 주변에 피어있는 꽃입니다. 꽃이름 찾기 검색 앱으로 찾아본 결과 'Petunia hybrida E. Vilm'이라는 학명을 지닌 남미 원산의 '페튜니아'라는 가능성을 엿보았습니다. 참고로 페튜니아의 꽃말은 '사랑의 방해'라고 합니다. 가을에 만나는 수련의 청초한 아름다움에 마음마저 맑아지는 느낌입니다. '수련'이라고 하면 으레 '물에 핀 연꽃(水蓮)'을 떠올리기 쉬운데, 그것이 아니라 '잠자는 연꽃(睡蓮)'을 의미한다고 하지요. 말하자면 수련은 해가 지고 날이 어두워지면 꽃잎을 오므리고 깊은 잠에 빠졌다가 아침이 되어 햇살이 밝게 비치면 다시..
- Total
- Today
- Yesterday
- 양주별산대놀이
- 창덕궁
- 창경궁
- 내 따스한 유령들
- 정호승
- 광화문광장
- 포도부장놀이
- 유하
- 송이
- LG twins
- 산수유
- 조용미
- 곰버섯
- 봉선사
- 소매물도
- 벚꽃
- 버들하늘소
- 최승자
- 매화
- 류근
- 감
- 나리공원
- 애사당 법고놀이
- 김선우
- 강원FC
- 최영미
- 갈매기
- 낙산사
- 싸리꽃
- 구절초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