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9월, 무려 1년 만에 다시 구절초를 봅니다. 가을 산행에서 만나게 되는 즐거움 중의 하나이지요. 양양의 숲은 환한 모습으로 피어 있는 구절초로 가득합니다. 가을날 늦은 오후의 햇살이 솔숲 아래 희미하게 스며드는데다 바람마저 솔솔 불어대서 사진을 찍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몇 장 건져 보았습니다. 같은 구절초라 하더라도 생육 환경에 따라 꽃의 모양이 달라지기도 하고, 또한 구절초의 아종도 많다 보니 꽃잎이 다른 모양을 보이기도 한다지요. 더 자세하게는 알 수 없으니 그냥 잎의 모양으로 판단하여 구절초로 부르기로 합니다.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숲속에서 누가 보아주지 않더라도 생명의 고귀한 가치를 마음껏 발산하는 녀석의 청초한 자태에 매혹되어 한참 동안이나 시선이 머물게 됩니다. 가을의 전령..

가을 들꽃을 대표하는 꽃은 단연 구절초이지요. 시골집 뒷산에 올라 구절초를 봅니다. 코로나 때문인지 아니면 농촌의 고령화 때문인지는 몰라도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져 수풀로 가득해진 산에선 예전처럼 가을 들꽃들을 많이 볼 수는 없었지요. 송이버섯은 구경도 못하고 어쩌다가 만난 구절초가 그저 반갑기만 합니다. 근처에선 계절을 착각한 진달래도 연분홍 꽃송이를 피워 올리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의 단면입니다. 코로나로 인한 낯선 생활 습관에도 길들어야 하고, 지구 온난화로 인한 낯선 생태의 면면에도 차츰 적응해야 하나 봅니다. 그러나 모든 것은 우리 스스로가 부지불식간에 시나브로 자초한 것일 뿐이지요.

꽃송이만 보아서는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분하기가 어렵습니다. 잎을 보아야 하는데요, 구절초 잎은 쑥의 잎과 모양이 흡사합니다. 쑥부쟁이는 유선형의 잎에 작은 톱니가 나 있지요. 쑥부쟁이와 더불어 들국화의 대표적인 꽃이 바로 구절초입니다. 매년 이맘 때면 어김없이 카메라에 담게 되는 꽃이기도 하지요. 요즘에 와서야 쑥부쟁이와 구절초의 구분이 되는 것 같아 마음이 후련해집니다. 작년만 하더라도 헷갈리기만 했거든요. 뒷산에 올라 버섯을 찾아다니다가 하얗게 피어 있는 구절초를 마음껏 구경했습니다.
구절초 누이야 가을이 오는 길목 구절초 매디매디 나부끼는 사랑아 내 고장 부소산 기슭에 지천으로 피는 사랑아 뿌리를 대려서 약으로 먹던 기억 여학생이 부르면 마아가렛 여름 모자 차양이 숨었는 꽃 단추 구멍에 달아도 머리핀 대신 꽂아도 좋을 사랑아 여우가 우는 추분(秋分) 도깨비불이 스러진 자리에 피는 사랑아 누이야 가을이 오는 길목 매디매디 눈물 비친 사랑아 (사진 : 양주 고읍동, 2012.09.23) 소설가 이문구는 박용래 시인을 '눈물의 시인'이라 일컬었습니다. 수십 년 동안 시인을 만났는데 울지 않았던 적이 단 두 번밖에 없을 정도라고 하네요. 시인의 마음속에 들어 있는 설움의 깊이가 남달랐을 것 같습니다. 시인에게는 세 명의 누이가 있었는데, 셋째 누이가 그만 산고로 세상을 떠났다고 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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