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오르며 내려가자 이제 산은 내려가기 위해서 있다 내려가자 다시는 끝까지 오르지 말자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내려가는 길밖에 없다 춘란도 피고 나면 지고 두견도 낙엽이 지면 그뿐 삭발할 필요는 없다 산은 내려가기 위해서 있다 내려가자 다시는 발자국을 남기지 말자 내려가는 것이 진정 다시 올라오는 일일지라도 내려가자 눈물로 올라온 발자국을 지우자 눈도 내렸다가 그치고 강물도 얼었다가 풀리면 그뿐 내려가기 위해서 우리는 언제나 함께 올라왔다 내려가자 사람은 산을 내려갈 때가 가장 아름답다 산을 내려갈 때를 아는 사람이 가장 아름답다 자유로워지기 위하여 강요당하지 말고 해방되기 위하여 속박당하지 말고 내려가자 북한산에도 사람들은 다 내려갔다 - 정호승, (창작과비평사, 1997) (사진 : 한계령 2012.0..
미안하다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길이 있었다 다시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네가 있었다 무릎과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 울고 있었다 미안하다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 - 정호승, (창작과 비평사, 1997) (사진 : 강원도 양양, 2015.01.28) 봄의 끝자락, 비 내리는 밤이 있었다. 교사용 책상에 앉아 치명적인 허허로움의 늪에서 버둥거릴 때가 있었다. 가는 봄을 달래는 비가 추적추적 내린 어느 날이 있었다. 느닷없는 개구리 울음소리가 고3 교실을 가득 채운 때가 있었다. 거대한 맹꽁이 울음소리가 쩌렁쩌렁 적막을 깨는 그런 밤이 있었다. 딱딱한 교실 의자에 앉아 두 눈을 부릅뜨고 풀리지 않는 수학 문제를 푸는 녀석들이 있었다. 미안하다. 그래, 너희들..
선암사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해우소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 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다니고 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다닌다 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주고 새들이 가슴 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 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 선암사 해우소 앞 등 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 - 정호승 (창작과비평사, 1999) (사진 : 전등사 극락전, 2014.05.03) 많고 많은 절집 해우소(解憂所) 중에서 왜 하필이면 선암사 해우소여만 하는 것일까요? 그것이 궁금하다면 유홍준 교수가 에서 극찬한 선암사 해우소에 가서 한 번 쭈그리고 앉아 큰일이라도 치러볼 일입니다. 소설가 김훈은 에서 선암사 화장실을 '배설의 낙원'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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