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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와 여치의 불편한 관계

 

  비척비척 술기운의 발걸음을 멈춘

  주택가 공터, 임시로

  한살림 차린 호박덩굴 속에서

  쯧쯧쯧쯧

 

  침 튀기듯

  달빛 튀기며

  쯧쯧쯧쯧

  여치란 놈이 열심히

  혀를 차고 있다

 

  나의 오줌 줄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뭐가 그리 개탄스럽다고

  쯧쯧쯧쯧

  혀를 차는 여치

 

  한 도시 가운데서, 진저리치며

  난 여치와

  농경문화적으로 만났다

 

  잠깐!

  이곳에 방뇨하는 자는

  그것을 잘라버리겠다 주인백

  쯧쯧쯧쯧

 

    - 유하 <바람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에 가야한다> (문학과지성사, 1991)

 

 

 

  (사진 : 강원도 양양, 2011.10.02)

 

 현대인의 삶은 인간을 향해 '쯧쯧쯧쯧......' 혀를 차는 여치만도 못한 것일지도 모르지요.

 '인위적 만듦[작위作爲]'이 빚어낸 우리 시대의 비극은 언제 끝을 볼지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오늘도 또 하나의 '만듦'을 추구하는 우리의 삶은 불안하게 이어지고 있지요.

 '호박덩굴'에서 밤송이 속으로......

  쯧쯧쯧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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