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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

사랑의 지옥 - 序詩 / 유하

꿈꾸는 무인도 2015. 9. 15. 12:08

   사랑의 지옥

         ― 序詩

 

  정신 없이 호박꽃 속으로 들어간 꿀벌 한 마리

  나는 짓궂게 호박꽃을 오므려 입구를 닫아 버린다

  꿀의 주막이 금세 환멸의 지옥으로 뒤바뀌었는가

  노란 꽃잎의 진동이 그 잉잉거림이

  내 손끝을 타고 올라와 가슴을 친다

 

  그대여, 내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나가지도 더는 들어가지도 못하는 사랑

  이 지독한 마음의 잉잉거림,

  난 지금 그대 황홀의 캄캄한 감옥에 갇혀 운다

 

    - 유하 <세상의 모든 저녁> (민음사, 1993)

 

 

  (사진 : 양주 덕정, 2012.07.04)

 

  따지고 보면

  세상 일이란 다 그러한 것이 아니겠는가

  더는 나오지도 들어가지도 못하는

  그리하여

  몸부림칠수록 더욱 빨려 들어가는

  개미지옥 같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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