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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

별을 센다 / 정한용

꿈꾸는 무인도 2015. 9. 13. 15:14

   별을 센다

 

  지금처럼 어둡고 먼지 낀 세상에

  별을 이야기하면 오히려 낯설고 쓸쓸하다

  서울에서도 한참 먼

  우리나라 서쪽 바다가 가까이 드러누운 이곳

 

  한가롭게 별을 바라본 것이 언제인가

  아득하게 멀어진 사람들처럼

  기억은 지금 끄나풀도 닿지 않게 흐려졌다

  만약 지금 한낮 빈 시간에

  내가 책상 마주하고 굼벵이처럼 꿈지럭거리며

  잠의 근처에서 서성대고 있음을 안다면

  옆 棟(동) 사는 윤후명 선생이 불현듯 찾아올까

  아파트 15층, 별 근처에 사는 그

  어린 왕자처럼 새 별을 찾아 떠나느라

  오지 못할까

 

  *모든 별들은 음악소리를 낸다

  그런가? 목관악기? 또는 범패나 게송 같은?

  내가 혹시라도 훗날 별로 떠서 저 은하에 가 박힌다면

  머물 곳, 그 어디로 잡을까

  보수주의자들의 별

  관념주의자들의 별

  일상주의자들의 별

  아니다, 우리시대의 적들과 싸우다

  얻어맞고 살터진 초라한 별

 

  그러나 맑고 아름다운 소리의 별들 틈에

  함께 빛나는 소리이고 싶다

 

   - 정한용 <슬픈 산타페> (세계사, 1994)

 

  * <모든 별들은 음악소리를 낸다> : 윤후명의 소설

 

 

  (사진 : 강원도 양양, 2015.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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