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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 달과 별

비구름 가득한 오월의 밤

꿈꾸는 무인도 2015. 5. 3. 23:57

  5월 3일 일요일입니다. 하루 종일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하는 빗방울이 야속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오늘은 많은 일을 하였지요. 동생이 집 앞 논에 객토 작업을 하였는데 잔돌이 많이 섞여있어 그걸 골라내느라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도 모르고 하루 종일이 그냥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밤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어쩌다 구름 사이로 보름달이 보이기도 했는데, 사진으로 찍어보니 구름의 영향 때문인지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이리저리 카메라를 조작하며 노력을 해 보았지만, 보름달의 선명한 이미지를 포착하는데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핸드폰으로 담은 사진이 오히려 봄날의 나른한 이미지를 잘 나타내는 것 같아 잠시 굴욕감을 맛보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나른한 봄날 밤이 되니 옛날의 아련한 인연들도 떠오르고, 그와 동시에 옆에서 가느다란 코를 골며 자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아빠로서 잠시 부끄러워지기도 합니다. 그것이 인생이 아닐까 생각도 해 보면서 내일이면 다시 시골집을 떠나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심란해지기도 합니다. 점점 주름이 많아지는 어머니의 주무시는 모습을 보면서, 고향에 그냥 눌러 앉아 살아볼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벌여 놓은 일은 깨끗하게 마무리를 해야 마땅하다는 의무감과 더불어, 우리 반 녀석들 생각도 간절해 집니다. 

 

 

  비가 와서 실내에 습도가 높아 시골집 거실 벽난로에 장작을 넣고 불을 지폈는데, 지나치게 온도가 상승합니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을 새삼 되새기며 슬슬 잠을 청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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