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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人島(무인도)를 위하여
개나리꽃이 피지 않은 걸 보고 봄을 기다린다
언 귀를 비빈다.
살아 남아야지.
개나리꽃이 피지 않은 걸 보고 봄을 기다린다.
할 말은 미리미리 삼키고
生水(생수)를 마신다.
바닥 난 하늘을 본다.
흐림.
함박눈이 내리려나?
꼬리를 감춘 사람들이 얼핏 온화해 보인다.
1974년, 無罪(무죄)?
제 罪名(죄명)을 모르시다니요?
제 땅에 악착같이 살아 있잖아요?
제 땅에서 죽으려는, 죽을 罪(죄)를 졌잖아요?
무슨 소릴, 제 땅이라니? 이 땅은 공동소유야. 넌 無罪(무죄)야, 罪(죄)가 없어.
정말 罪(죄)가 없어요?
그렇다면 이 고마움 저 혼자 가져도 좋을까요?
無人島(무인도)를 위하여
바닷물이 스르르 흘러 들어와
나를 몇 개의 섬으로 만든다.
가라앉혀라.
내게 와 죄 짓지 않고 마을을 이룬 자들도
이유없이 뿔뿔이 떠나가거든
시커먼 삼각파도를 치고
수평선 하나 걸리지 않게 흘러가거라.
흘러가거라, 모든 섬에서
막배가 끊어진다.
- 신대철 <무인도를 위하여> (문학과지성사, 1977)
(사진 : 태안, 2012.07.06)
프랑스의 철학자 가스똥 바슐라르(Gaston Bachelard 1884-1962)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합니다.
"섬이란 환상이 건너가서 머문 보이지 않는 가시공간(可視空間)이다."
어떻게 보면 환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막배마저 끊긴 고도(孤島)……. 그리고 그 속에서 몇 개인지도 모르게 분열된 자아의 모습으로, 마치 환상처럼 살아가다가 어느 순간 수평선으로 흐르는 물줄기에 몸을 내맡기고 대양으로 흘러들어 가서, 결국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가뭇없이 사라지는 존재의 허무함, 색즉시공(色卽是空)……
어쩌면 환상 속에서 또 다른 환상을 꿈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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