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사진은 2011년 7월의 비 내리는 어느 날, 양평 용문사 언저리에서......)

   

 

     그 사람이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살다보면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습니다

   

    별 소식이 없는듯 이리 살아도

    마음 한편엔 보고픈 그리움 두어

    보고싶을 때면 살며시 꺼내보는

    사진첩의 얼굴처럼 반가운 사람

    그 사람이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한참동안 뜸하여 그립다 싶으면

    잘 지내느냐고 이메일이라도 띄워

    안부라도 물어보고 싶어지는

    풋풋한 기억 속에 있는 사람

    그 사람이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살면서 왠지 붙잡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세월이 흘러 그만 잊은듯 하여도

    문득 문득 생각에 설렘도 일어

    그렇듯 애틋한 관계는 아닐지라도

    막연한 그리움 하나쯤은 두어

    가슴에 심어두고 싶은 사람

    그 사람이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다 소식이 궁금해지면

    잘 있는 거냐고 잘 사는 거냐고

    휴대폰 속의 젖은 목소리라도

    살포시 듣고 싶어지는 사람

    그 사람이 당신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진은 2011년 7월의 비 내리는 어느 날, 양평 용문사 언저리에서......)

 

  김재권이라는 시인은 사실 처음 들어봅니다.  하긴 대학 시절 접했던 시인들이나, 문학 교과서, 모의고사, 수능시험에 나올만한 작품이나 시인이 아니면 잘 모를 만도 하겠지요. 

  여름날 고요한 산사 입구에서, 한바탕 쏟아지던 비가 그친 직후의 옅게 내려앉은 안갯속을 걷는 듯한, 몽롱하면서도 약간은 축축한 느낌이랄까요.  아니면 시골 농가에서 순박한 아낙이 거친 솜씨로 담근 막걸리의, 조금은 덜 숙성되어 쓰고 떫은 맛이 있는, 그래서 오히려 소박하지만 진솔한 누룩향이 배어나는듯한 느낌도 드는군요.  

 

  예전엔 이런 연가풍의 시는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좋아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혐오했다고 할까요? 너무 가볍고, 그리고...... 낯간지러웠거든요. 적어도 시(詩)란 삶에 대한 작가의 치열한 성찰과 고뇌의 흔적이 담겨 있거나, 아니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낼 만큼 무언가 강렬한 메시지나 심오한 사상을 함축하고 있어 독자 대중들의 마음에 강한 울림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젊은 시절의 편협하고도 치졸한 생각 속에 깊이 빠져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나 봅니다. 때때로 삶의 쓸쓸함과 더불어서, 젊은 시절의 애틋한 추억도 가끔 떠오르고, 이런 시에도 관심을 보이는 걸 보면 말입니다.

 

  잠이 오지 않아 허허로운 밤에, 인터넷에서 우연하게 발견하고 옮겨 보았습니다.

  모를 일입니다. 그런 사람 어디 없을까요?

 

'시가 있는 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시 무인도를 위하여 / 신대철  (0) 2012.09.12
無人島(무인도)를 위하여 / 신대철  (0) 2012.09.12
무인도(無人島) / 신대철  (0) 2012.09.12
풀꽃 / 나태주  (0) 2012.06.20
백기완 선생을 만나다  (0) 2012.06.18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5/07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