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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 달과 별

불타는 임진강

꿈꾸는 무인도 2012. 8. 26. 22:24

  2012년 8월 26일, 연천군 장남면 원당리와 파주시 적성면 두지리를 잇는 장남교에서 바라본 임진강에는 노을이 붉게 타오르고 있었습니다. 하늘과 강물은 온통 붉게 채색되어 있었습니다.

 

 

  내일이면 태풍 '볼라벤'이 전국을 강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요 며칠 계속된 비로 불어난 임진강물이 거칠게 요동치고 있었습니다.

 

 

 

  기상예보에 따르면 이번 태풍 볼라벤은 2002년의 '루사'나 2003년의 '매미'에 버금가는 강력한 위력을 지닌 것으로 보입니다.

 

 

 

 2002년의 아픔을 겪은 사람으로서 내심 걱정이 많습니다. 그 때 양양을 비롯한 동해안에는 정말 '물폭탄'이 쏟아졌었지요.

 

 

 

 오늘 이렇게 태풍 전야의 노을은 붉게 빛나고 있지만, 저 아름다운 노을 뒤에 감추어진 태풍의 무자비한 위력을 겪어 본 사람만이 알까요?

 

 

 

 모든 현상은 동전의 양면과 마찬가지이겠지요. 어느 한 쪽만 보아서는 실체를 안다고 말하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은 그냥 자신에게 좋은 쪽만 보고 거기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2002년 9월 5일이었지요. 그 때 양양에는 하루에 900mm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졌습니다.

 

 

 

 살아있는 모든 존재들은 물에 잠겨 버렸습니다. 사람도, 짐승도, 나무들도 말이지요.

 

 

 

 양양의 남대천 상류에서 물에 빠진 사람이 두 달 뒤 포항 앞바다에서 발견되기도 했다지요. 자연의 위력은 참으로 무섭습니다.

 

 

 

 그래도 오늘 이렇게 바라보는 임진강 노을은 그지없이 아름답기만 합니다.

 

 

 

 두지리에는 우리 가족이 이따금 찾는 매운탕집이 있습니다.

 

 

 

 사실 오늘은 파주시 법원읍에 있는 '초리골초계탕'에 가려고 했었는데, 집안 일을 하다가 조금 늦게 도착을 했더니 벌써 오늘 준비한 음식이 모두 동이 나서 허탕을 치고 말았습니다.

 

 

 

 초계탕집 근처에는 '초호쉼터'라는 무한리필 펜션이 있는데 거기에는 당나귀며, 공작새며 여러 종의 짐승들을 키우는 미니 동물원이 있어 예전에 아이들이 좋아했었지요. 그래서 초계탕은 못 먹더라도 짐승들 구경이나 하고 가려고 했으나......

 

 

 

 어찌된 일인지 짐승들을 모두 처분했더군요. 거기에서도 허탕을 치고 말았습니다.

 

 

 

 배는 고프고 해서 어디로 갈까 망설이다가 두지리의 매운탕집으로 방향을 잡았던 것이지요.

 

 

 

 매운탕을 맛나게 먹고 강가로 나가보니 이렇게 하늘이 불타고 있었습니다.

 

 

 

 노을빛이 참 곱지요?

 

 

 

 강물이 굽이치는 저 멀리에서부터 서서히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있군요.

 

 

 

 붉게 물든 노을빛이 하늘과 강물을 물들이고 있었고, 사위는 어둠에 잠겨가기 시작했습니다. 저 어둠과,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서는 또다시 밝은 태양은 떠오르겠지요?

 

 노을 구경도 끝나고, 이제는 감악산을 넘어 양주로 돌아가야 할 일만이 남았네요.

 

 발길을 돌려 자동차 시동을 거는데, 배터리가 방전되었는지 시동이 걸리지 않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뒷좌석의 열어 놓은 창문 밖으로 둘째녀석이 고개를 내밀고 노을을 구경하다가 창문에 목부분이 끼이고 말았습니다. 아이가 고개를 내밀고 있는 것도 모른채 창문을 올리는 도중, 그만 배터리가 방전되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렇게 꽉 끼이지는 않았지만...... 아무리 용을 써도 자동차 안으로 둘째의 머리가 들어오지 못는 황당한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날은 어두워 가는데...... 아이는 칭얼대고...... 일단 보험회사에 연락을 하고, 아이를 구하기 위해 이리저리 시도를 해 보다가 결국 발상을 전환하여 머리가 아닌 몸을 차 밖으로 빼 보았는데, 비교적 수월하게 빠져나오는 것이었습니다. 둘째는 몸이 자유로워지자 마냥 신이 나는지 아까 제대로 보지 못했다며, 아빠의 손을 꼭 잡고 어둠이 내려앉은 강가에서 붉은 노을을 한참동안 구경했습니다.

 

 결국 30여 분을 기다려 보험회사의 긴급출동서비스를 받은 끝에야 양주로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도 사연이 참 많은 하루였습니다.

 

 내일은 아무 탈 없이 태풍을 이겨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만 간절합니다. 그것이 어떤 태풍이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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