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해와 달과 별

계하(季夏) 만월(滿月)

꿈꾸는 무인도 2015. 8. 31. 11:02

  오늘은 2015년 8월 30일 일요일입니다. 저녁을 먹고 거실에서 빈둥거리다가 무심코 창 밖을 보니 동남쪽 하늘에 둥근 달이 두둥실 떠올라 있었습니다. 오늘이 보름인가? 달력을 보니 음력으론 7월 17일이더군요. 보름이 이틀 지났지만 형태는 거의 보름달이나 다름이 없네요. 자동차에 실려 있던 삼각대를 가져와서 달을 담아 보았습니다.

  저 달이 기울었다가 다시 보름달이 되면 추석이 되는군요. 세월은 속절없이 흐르고, 가는 세월에 대한 야속함이 마음을 무겁게 하는 나이가 되었나 봅니다. 며칠 전 수업 시간에 "少年易老學難成 一寸光陰不可輕"이라는 말을 아이들에게 해 주었는데, 결코 남 이야기가 아님을 저 달을 보며 다시 생각합니다.

 

  중국 송(宋)나라의 주자(朱子:朱熹, 1130~1200)는 '권학문(勸學文)'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깁니다.

 

  勿謂今日不學 而有來日(물위금일불학 이유래일오늘 배우지 않고 내일이 있다고 말하지 말며,

  勿謂今年不學 而有來年(물위금년불학 이유래년올해 배우지 않고 내년이 있다고 말하지 말라.

  日月逝矣 歲不我延(일월서의 세불아연해와 달은 지나가고 세월은 나를 끌어주지 않으니, 

  嗚呼老矣 是誰之愆(오호로의 시수지건오호라 늙었구나. 이것이 누구의 허물인가?

  少年易老學難成(소년이로학난성소년은 늙기 쉽고 학문은 이루기 어려우니,

  一寸光陰不可輕(일촌광음불가경순간의 세월을 헛되이 보내지 마라.

  未覺池塘春草夢(미각지당춘초몽연못가의 봄 풀이 꿈을 깨기도 전에

  階前梧葉已秋聲(계전오엽이추성섬돌 앞 오동나무 잎이 이미 가을을 알리네.

 

  하지만 범인(凡人)들에게 있어 세월이 지나간 뒤에 늘 아쉬움만 한가득 남는 것은 어찌할 수 없는 진리와도 같겠지요. 여름의 끝자락[季夏]에서 둥근 달[滿月]을 보며 허허로운 마음을 달래 봅니다.

 

 

 

 

 

 

'해와 달과 별'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5 추석 #12 보름달  (0) 2015.10.02
2015 추석 #07 추석전야월(秋夕前夜月)  (0) 2015.10.02
8월의 밤하늘  (0) 2015.08.12
8월의 북두칠성  (0) 2015.08.12
사패산 일몰(5060 이야기)  (0) 2015.08.04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   2025/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