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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2

두견화

꿈꾸는 무인도 2015. 4. 6. 10:00

 진달래가 피었습니다. 두견화(杜鵑花)라고도 하지요. 촉(蜀)의 황제 두우(杜宇)의 한(恨)이 담겨 있다고 하는 두견(杜鵑)새[다른 이름 : 접동새, 소쩍새, 귀촉도(歸蜀道), 불여귀(不如歸), 자규(子規), 촉혼조(蜀魂鳥) 등]가 울 무렵 피기 시작하는데, 두견새의 한 서린 핏빛 울음이 꽃잎에 물들어 붉게 보이기에 진달래를 두견화라 일컫기도 하는 것이지요.(엄밀하게 얘기하면 두견새는 두견잇과에 속하고, 소쩍새는 올빼밋과에 속하는 새라 근본이 다르지만, 고전시가를 공부할 때면 으레 소쩍새도 두견새의 다른 이름이라고들 하기도 합니다.)

 

 진달래꽃을 어린 시절 시골에선 참 많이들 뜯어먹었습니다. 봄철에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이라, 배고픈 아이들이 산에 올라 진달래꽃을 정신없이 뜯어먹다 보면 배탈이 나곤 했습니다. 그래서 어른들은 아이들이 진달래꽃을 지나치게 많이 먹지 못하게 하려고 '문둥이가 산에서 아이들을 잡아다가 간을 빼먹는다'는 무서운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곤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강원도에선 진달래를 '참꽃'이라 했습니다. 

 

 학교 뒷산 솔숲 아래 피어 있는 연분홍 진달래를 담아 봅니다. 지난주부터 내린 봄비를 맞고 활짝 꽃을 피워 올렸습니다. 4층 남학생화장실 창문을 열고 200mm 렌즈로 한껏 끌어당겨 보았습니다. 진달래는 가까이에서 보는 것도 운치 있지만, 이렇게 멀리서 바라보는 것 또한 봄의 서정을 자아내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연분홍 꽃 이파리와 솔잎의 초록 빛깔이 만들어내는 조화가 자못 훌륭합니다. 날은 잔뜩 흐리고, 그리고 월요일이라는 사실이 조금 마음을 무겁게 하기는 합니다만, 아무리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고 해도, 봄은 봄인가 봅니다. 거역할 수 없는 자연의 순리는 삭막함으로 가득한 중년의 헛헛한 마음마저도 설레게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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