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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계절상으로는 봄이 왔지만 날씨가 봄 같지 않다는 의미의 대명사격으로 자주 사용이 되는 말인데요…… 지난주까지만 해도 꽃샘추위라는 말이 실감 날 정도로 제법 날씨가 쌀쌀했는데, 3월 말에 접어든 요즘엔 완연한 봄기운이 넘실대는 것 같습니다. 교정의 목련에선 꽃봉오리가 금방이라도 꽃망울을 터뜨릴 듯 생기가 돕니다.
전한(前漢)의 11대 황제인 원제(元帝, 재위 BC 48~BC 33) 때의 일입니다. 정략적인 이유로 황실의 공주를 흉노족 왕에게 시집을 보내야 했는데, 공주의 대타 카드로 선발된 사람이 바로 후궁이었던 왕소군(王昭君)입니다. 왕소군이 북쪽 변방의 머나먼 흉노족 땅으로 이동하는 도중, 풀 한 포기 없는 황량하기 그지없는 벌판에서 자신의 처량한 신세를 곡조에 담아 비파를 뜯으며 잠시 쉬고 있었는데, 마침 하늘을 날던 기러기가 왕소군의 미모와 비파 소리에 반해 날갯짓을 멈춰 결국 지상으로 추락하고 말았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이 일로 인해 후대의 사람들은 왕소군을 '낙안미인(落雁美人-기러기를 떨어뜨릴 정도로 아름다운 미인)'이라 일컫기도 했습니다.
왕소군의 비극적인 삶을 노래하여 유명해진 이가 바로 당나라의 시인 동방규(東方虯)입니다. 동방규는 '소군원(昭君怨)'이라는 시를 통해 그녀의 슬픈 운명을 위로했습니다.
胡地無花草(호지무화초) 오랑캐 땅에는 꽃과 풀이 없으니
春來不似春(춘래불사춘) 봄이 와도 봄이 온 것 같지가 않구나.
自然衣帶緩(자연의대완) 저절로 옷의 띠가 느슨해지니
非是爲腰身(비시위요신) 이것은 허리 때문이 아니라네.
참고로 중국에는 4대 미인으로 알려진 인물들이 있는데, 그들의 별명을 보면 중국인들의 대륙적인 뻥튀기 의식(?)을 엿볼 수 있어 재미가 있습니다.
먼저 왕소군은 앞서 언급했다시피 낙안(落雁)으로 통합니다.
두번째로는 BC 5세기경 춘추시대 말기 사람인 '서시(西施)'라는 여인인데, 그녀의 별명은 '침어(沈魚)'입니다. 어느 날 서시가 강가에서 빨래를 하고 있었는데, 물에 비친 서시의 미모에 반해 물고기마저도 헤엄치는 것을 잊고 물 밑으로 가라앉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세번째는 <삼국지(三國誌)>에도 등장하는 '초선(貂蟬)'입니다. 소설에서는 왕윤의 수양딸로서 동탁과 여포를 이간질하는 역할로 등장합니다. 그녀의 별명은 '폐월(閉月)'입니다. 초선의 미모에 밤하늘에 떠 있던 달마저도 열등감을 느끼고 구름 사이로 숨어 그 빛을 잃었다고 합니다.
네번째는 당나라 현종 때의 '양귀비(楊貴妃)'입니다. 그녀의 별명은 '수화(羞花)'인데, 양귀비의 미모에 꽃도 부끄러워 고개를 숙였다는 이야기가 전합니다.
아무튼 날씨로 인해 중국의 4대 미인들의 이야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오늘은 전형적인 봄 날씨를 보여주고 있는데, 중국발 미세먼지로 시야는 탁하기만 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중국 바람이 천지를 뒤덮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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