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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

봄 숲을 보면 / 박라연

꿈꾸는 무인도 2020. 4. 20. 23:37

   봄 숲을 보면

 

  비 갠 뒤 봄 숲을 보면

  달려가 후루룩후루룩 빨아들이고 싶다

  그날의 햇살 그 틈새로 파고드는 가여운 안개

  그 안개 아래 서 있는 수줍은 봄 숲을 보면

  봄배 부른 여자 같다

  저렇게 빽빽한 슬픔을 보면

  그만 배반하고 싶다

 

    - 박라연 <생밤 까주는 사람> (문학과지성사, 1993)

 

 

 

사진 : 2020.04.18 東豆川 지나는 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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