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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18일, 날씨도 화창한 봄날의 토요일입니다. 오늘 0시 기준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 일일 확진자 수가 18명으로 감소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계속되는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으로 학교는 온라인 원격수업을 진행하고 있고, 이에 따른 크고작은 문제들은 있지만 서서히 제 자리를 잡아가는 것도 같은데, 학습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습니다.
거의 매번 주말마다 집 안에서만 생활했었는데, 오늘은 모처럼 차를 몰고 연천 땅으로 향해 봅니다. 금요일인 전날에 봄비치고는 꽤나 많은 비가 내렸기에 재인폭포의 수량이 조금이나마 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던 것이지요. 왜 갑자기 재인폭포가 생각났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재인폭포를 못 본 지도 벌써 십여 년의 세월이 훌쩍 흘렀네요. 평상시의 재인폭포는 폭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수량이 적어 보는 이를 실망시키기도 하지만, 비가 흠뻑 내린 다음의 모습은 장쾌하기 그지없지요. 기대감을 잔뜩 안고 길을 재촉합니다.
마침 폭포 전망대에는 벚꽃이 피어 있었지요. 전성기를 막 지난듯한 벚꽃과 함께 폭포의 모습을 담아 봅니다. 폭포의 수량이 제법 만족할 정도는 되기에 보는 눈이 시원해집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지자체에서 출렁다리를 만드는 공사를 진행하는 중이라 폭포를 우러러 볼 수 있는 강바닥으로 내려갈 수 없었다는 점입니다.
재인폭포가 위치한 곳은 '경기도 연천군 연천읍 고문리'이입니다. '재인폭포'와 '고문리'라는 지명에 얽힌 재미있는 전설 두개가 전해집니다.
# 전설 하나
옛날 이 고을 원님이 마을에 사는 줄타기 광대[재인(才人)] 아내의 빼어난 미모에 반하게 되었답니다. 음흉한 마음을 먹은 원님은 이 폭포 양쪽 절벽을 가로지르는 줄을 설치하고 광대로 하여금 그 줄을 건너라는 명령을 내리지요. 광대는 줄타기의 장인이라 별 어려움 없이 줄을 건널 수 있는 사람이었으나, 광대가 줄을 타는 동안 원님이 줄을 끊어버리는 바람에 광대는 그만 목숨을 잃게 됩니다. 원님은 결국 재인의 아내를 빼앗게 된 것이지요. 원님은 광대의 아내에게 수청을 들라는 명을 내리지만, 남편에 대한 사랑이 깊은 광대의 아내는 수청을 드는 척 하면서 원님의 코를 물어 뜯고 자결하고 맙니다. 그 뒤부터 광대의 아내가 원님의 코를 물었다고 하여 고을 사람들은 이 마을을 '코문리'라 부르게 되었다고 하지요. '원님의 코를 문 동네'라는 의미의 '코문리'가 세월의 흐름에 따라 발음이 점점 변하여 지금의 '고문리(古文里)'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 전설 둘
옛날, 이 마을에 줄타기 광대[재인(才人)]가 살았는데, 어느 날 마을 사람 하나와 이 폭포 아래에서 천렵을 하며 즐겁게 놀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마을 사람의 아내는 마을에서도 알아주는 미모를 지닌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평소 마을 사람의 아내에게 흑심을 품고 있던 광대가 큰소리를 칩니다. 자신이 폭포 양쪽 절벽 위에 외줄을 걸고 그 위를 건널 수 있다는 호언장담을 한 것이지요. 마을 사람은 광대의 재주를 믿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광대의 요구대로 자기 아내를 내기의 대상으로 걸게 되었답니다. 잠시 후, 절벽 위에 설치한 외줄 위에서 마치 평지를 걷듯 능수능란하게 기교를 부리며 줄을 건너는 광대의 모습을 보고 마을 사람은 심각한 위기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광대가 줄의 중간 정도를 지날 무렵 갑자기 줄을 끊어버리고 맙니다. 결국 광대는 추락하여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고, 사람들은 그 뒤로 이 폭포를 '재인폭포'라 부르게 되었답니다.
두 개의 전설에서 광대가 죽는다는 설정이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아무리 전설이라고 하더라도 힘 없는 백성의 아내를 빼앗으려 한 원님이나, 남의 아내를 넘본 광대, 또 자기 아내를 내기로 건 마을 사람도 참 뭐라고 할 말이 없게 만듭니다. 설화 중에서 비교적 신빙성이 있는 이야기를 전설이라고 하지요. 물론 폭포라는 아름다운 경관을 놓고 사람들이 지어낸 허구적인 이야기일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어쩌면 그러한 전설의 밑바탕에는 인간의 더러운 탐욕을 경계하고자 하는 의도가 숨어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랜만에 답답한 집안을 벗어나 아름다운 자연의 숨결을 느껴 보고, 또 재인폭포를 사진에 담아 보면서 잠시나마 생기를 맛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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