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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 개울가에서 아이들과 물놀이를 하다가 개울 건너편 바위틈에 자리 잡은 벌집들을 보았습니다. 가운데 꿀벌통을 중심으로 좌우에 하나씩의 말벌집이 바위 밑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신기한 모습에 아이들과 함께 한참 동안 지켜보았는데, 벌들은 제 할 일만 할 뿐 우리에게는 조금도 관심이 없어 보였습니다.
좌우의 말벌집에는 무시무시한 노란색 말벌들이 부지런히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지만, 위쪽에 누군가가 설치해 놓은 토종 꿀벌통에는 한참을 보아도 아무런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았습니다. 말벌에게 잡아먹혔는지, 아니면 또 다른 무슨 까닭이 있는지 알 수가 없었지요......
말벌과의 힘대결에서 밀려 죽음을 맞이했을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야생의 강력한 생존 본능에 밀려 도태되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말벌은 자기들의 힘으로 바위 밑에 힘들게 집을 짓고 먹이를 구하고 종족의 보존을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했겠지만, 꿀벌은 어찌 됐든 인간이 만들어준 벌집의 안락함에 안주하다 결국 생존력을 조금씩 잃어갔을 수도 있었을 테니까 말입니다.
아무런 움직임도 느낄 수 없는 꿀벌통의 모습이 조금은 쓸쓸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물놀이를 끝내고 어머니 집에 돌아와 보았더니, 이렇게 처마에도 커다란 말벌집이 매달려 있었습니다.
거대한 말벌들이 윙윙거리며 부지런하게 이륙과 착륙을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스타워즈에 나오는 거대한 모함 우주선에 쬐그마한 전투선이 드나드는 모습과 흡사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우측 상단의 말벌들이 모여 있는 곳에 검게 보이는 부분이 출입구인데, 한 놈이 나오려고 고개를 내밀고 있고, 주변에는 다른 놈들이 들어가려고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겉보기에는 튼튼해 보이는데 집수리를 맡은 녀석들은 끊임없이 벌집을 손보고 있었습니다. (아니, 말벌은 손이 아니라 입으로 작업을 하니 '입본다'고 해야 하나요?) 짙은 색으로 보이는 부분이 최근 작업한 것으로 보이는데, 시간이 지나면 옅은 색으로 변하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말벌집 밑으로 다닐 때 말벌을 의식하게 되어 두려움이 일었지만, 아이들은 말벌에 대한 두려움도 없이 그 밑에서 마냥 신나게 뛰어놀았습니다. 처마밑에 매달린 말벌들은 그냥 자기네 할 일에만 신경을 쓰는 것인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서로의 삶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인간과 공존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얼마 후, 애들 삼촌이 약으로 쓰려고 말벌집을 찜해 놓았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평화로운 시골집의 일상 속에서도 처절한 약육강식의 법칙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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