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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

자리 / 조용미

꿈꾸는 무인도 2016. 4. 18. 14:51

   자리

 

  무엇이 있다가

  사라진 자리는 적막이 가득하다

 

  절이 있던 터

  연못이 있던 자리

  사람이 앉아 있던 자리

  꽃이 머물다 간 자리

 

  고요함의 현현,

  무엇이 있다 사라진 자리는

  바라볼 수 없는 고요로

  바글거린다

 

   - 조용미 <일만 마리 물고기가 山을 날아오르다> (창작과비평사, 2000)

 

 

 

 빈 의자들......

 작년 겨울에도 보았었지요. 해가 바뀌고 다시 봄이 시작되는 지금도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봄이 오는 길목…… 길가에 버려진 텅 빈 의자에 진한 안타까움만이 덩그러니 앉아 있습니다. 한때는 누군가의 소중한 물건이었겠지만, 이젠 잊힌 존재가 되어 쓸쓸하게 세월을 견디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세월이 흐를지라도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될 기억도 있습니다.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마음속 깊은 곳에 힘들게 꾹꾹 눌러 담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그런 기억도 있습니다. 벌써 2년…… 세월만 부질없이 흐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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