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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풍경

가을, 원수같은 / 정현종

꿈꾸는 무인도 2015. 11. 6. 20:13

  가을, 원수같은

 

  가을이구나! 빌어먹을 가을

  우리의 정신을 *拷問(고문)하는

  우리를 *無限(무한) 쓸쓸함으로 고문하는

  가을, 원수같은.

 

  나는 이를 깨물며

  정신을 깨물며, 감각을 깨물며

  너에게 *殺意(살의)를 느낀다

  가을이여, 원수같은.

 

    - 정현종 <나는 별 아저씨> (문학과지성사, 1978)

 

    * 원문에는 각각 '拷問', '無限', '殺意'로 표기되어 있음

 

  (사진 : 양주 천보산, 2015.11.01)

 

 원수 같은 가을이 깊어가는데……, 그 원수 같은 가을을 조금만 더 깊은 눈으로 바라보면, 그 가을의 깊숙한 안쪽에 견고하게 똬리 틀고 앉아 있는 원수 같은 세월의 모습이 보일 것만 같습니다.

 

   

 

  (사진 : 양주 천보산, 2015.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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