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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한 놈 / 안도현
쑥부쟁이와 구절초를
구별하지 못하는 너하고
이 들길 여태 걸어왔다니
나여, 나는 지금부터 너하고 절교(絶交)다!
(구절초)
요즘에는 사진을 찍기 전에 놈들의 잎모양부터 자세하게 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구절초와 쑥부쟁이, 벌개미취의 꽃 모양은 거의 유사하기 때문에 잎을 보아야 구분이 됩니다.
(쑥부쟁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들국화라는 이름의 꽃은 없고, 구절초나 쑥부쟁이, 벌개미취, 감국, 산국 등을 통칭하여 "들국화"라고 합니다. 고유명사가 아니라 일반명사인 것이지요. 그중에서도 구절초와 쑥부쟁이와 벌개미취의 구분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자료를 찾아보며 내공을 쌓기 위해 노력은 하고 있지만, 늘 헷갈립니다.
(구절초)
구절초의 잎은 쑥모양이라 다른 것과 비교적 쉽게 구별되며, 벌개미취는 유선형의 길쭉한 잎이 대체로 밋밋한 느낌이고, 쑥부쟁이 잎에는 가장자리에 톱니 모양이 있다고 하나 위쪽에는 톱니 모양이 잘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으니 뿌리에 가까운 큰 잎을 관찰해 보는 게 좋다고 합니다. 또 구절초나 벌개미취와는 달리 쑥부쟁이의 꽃술은 길쭉하게 '쑥' 나와 있다고 합니다.
(벌개미취)
추석날 양양 조산리의 외할머니 산소에 성묘를 다녀오다가 길가에 피어있는 벌개미취를 보았습니다. 길에 오가는 사람들과 농기계에 시달리며 아무렇게나 자란 꽃이라 모양이 별로라서 사진을 찍지 않고 그냥 지나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언뜻 보니 굉장이 이상하게 생긴 벌이 꽃을 탐하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온몸에 부드러운 털이 가득한 이 벌의 이름이 뭘까요?
(구절초)
안도현의 '무식한 놈'이라는 시를 알게 된 후 '무식한 놈'이라는 말을 듣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나'와 절교하는 모습도 그리 좋게 보이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어려운 것은 분명합니다. 어떻게 보면 '이름'에 얽매여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으로서의 숙명적인 한계일지도 모릅니다. 굴레를 벗어던진다고 굴레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듯, 구절초와 쑥부쟁이라는 이름을 자유롭게 구분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우리 곁의 산과 들에는 수많은 이름모를 꽃들이 여전히 존재하니까요. 말이 조금 어색해졌습니다. 어디선가 '무식한 놈'이라는 일갈이 들려올 듯싶어 조심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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