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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 한 귀퉁이에선 4월에 내리는 봄비를 촉촉이 맞으며 라일락이 꽃망울 속에 짙은 향기를 감추고 있습니다.
아직 꽃잎을 터뜨리지 않은 라일락 꽃망울을 보니, 문득 20여 년 전 고교시절이 떠오릅니다.
그때 그 시절의 어떤 봄날, 화단에 무리어지어 만개한 라일락이 뿜어내는 짙은 향기가 열어 놓은 창문을 통해 교실을 가득 채우던 때가 있었지요. 60명이 넘는 남자 아이들로 가득한 교실은 늘 퀴퀴한 땀냄새로 가득하기 마련인데, 라일락이 피는 4월에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꽃향기가 교실을 맴돌기도 했던 것입니다.
나른한 봄날 오후, 밀려드는 졸음과 힘겨운 싸움을 해 가며 수업을 듣던 시커먼 남학생들의 삭막한 가슴 한편에도, 아련한 그리움과 애틋함이 가득하던 시절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20년도 훨씬 넘는 세월이 참으로 많은 것을 변하게 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세월은 그렇게 흘러, 이젠 메말라가는 감성의 끄트머리라도 붙잡아보려 아등바등하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중년의 나이가, 그래서 더욱 서글픔이 느껴지는 나이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꽃향기를 감추며 만개할 날을 기다리고 있는 라일락처럼, 그래도 아직은 가슴 속 깊이 감추어둔 은근한 삶의 향기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희망을 머금고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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