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풍경

얼음새꽃 / 곽효환

꿈꾸는 무인도 2016. 4. 1. 09:57

   얼음새꽃

 

  아직 잔설 그득한 겨울 골짜기
  다시금 삭풍 불고 나무들 울다
  꽁꽁 얼었던 샛강도 누군가 그리워
  바닥부터 조금씩 물길을 열어 흐르고

  눈과 얼음의 틈새를 뚫고
  가장 먼저 밀어 올리는 생명의 경이
  차디찬 계절의 끝을 온몸으로 지탱하는 가녀린 새순
  마침내 노오란 꽃망울 머금어 터트리는
  겨울 샛강, 절벽, 골짜기 바위틈의
  들꽃, 들꽃들
  저만치서 홀로 환하게 빛나는

  그게 너였으면 좋겠다
  아니, 너다

 

    - 곽효환 <지도에 없는 집> (문학과지성사, 2010)

 

 

 학교 운동장 옆에 현수막이 걸렸습니다.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겨울의 대지를 뚫고 가장 먼저 솟아오르는 복수초(얼음새꽃)처럼, 우리 학생들이 대학 입시라는 엄청난 시련과 고난을 이겨내고 목표하는 바를 성취하기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 놓은 것으로 보입니다. 2010년 12월에 교보생명 빌딩의 '광화문글판'에 걸린 디자인(일러스트레이터 김영곤 그림)을 활용했다고 합니다.

  

 

 

 사진에 보이는 꽃이 바로 '복수초'입니다. 한자로는 福壽草라고 쓰는데 말 그대로 복과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를 가지는 녀석이지요. 복수초는 일 년 중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식물로, 추위에 강해 2월에 추운 설악산에서도 눈을 뚫고 나올 정도라고 합니다. 향광성(向光性)을 지닌 꽃이라 해가 비칠 때 활짝 피며, 노란 꽃잎 표면에 햇빛이 반사되어 미세한 열이 발생하면서 꽃 주변의 눈을 녹인다고 합니다. 위 사진은 학교에서 자칭 타칭 '엄홍길'로 통하는 한문 선생님이 촬영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