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 달과 별

월식-달의 몰락(2011. 12. 10)

꿈꾸는 무인도 2011. 12. 11. 01:27

 2011년 12월 10일 토요일이다. 약 21시 45분 무렵부터 월식이 진행된다는 소식을 듣고, 아이들과 같이 아파트 베란다에서 구경을 했다.

 이번 월식 이후 다시 개기월식을 보려면 7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설사 7년을 기다린다고 한들 날씨가 좋을 거라는 보장을 그 누가 하겠는가? 흔치 않은 기회라 약간의 호기심 반 설레임 반으로 월식을 맞이했다.

 

 사진 촬영을 위해 베란다 문을 여니 한겨울의 찬바람이 폐부 깊숙히 스며들었다. 온기가 없는 베란다 마루에서 두꺼운 이불을 뒤집어 쓰고 월식 구경을 하던 아이들이 하나 둘 춥다며 거실로 들어가 버렸다. 그래도 가장 호기심을 가진 녀석은 맏이였다.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30여 분을 지켜보다 결국 거실로 줄행랑을 놓았다. 나도 결국 거실로 들어와 몸을 녹이면서 약 5분간격으로 베란다로 나가 사진을 찍었다.

 

 생각보다 월식의 진행 속도가 느렸다. 1시간이 지나도록 절반 정도밖에 진행되지 않았다. 200mm 망원 렌즈로 달을 볼 때는 지구 그림자에 가려지는 경계선의 모습이 타원형으로 선명하게 보였으나 막상 사진을 찍고 보니 그냥 흐릿하기만 하다. 카메라 조리개와 셧터속도를 이리저리 조절해 가며 촬영해 보았으나 쉽지가 않다. 추위와 싸우며, 카메라와도 씨름하며 힘들게 사진을 찍고 있는데 그만 문제가 생겼다. 동향인 집의 구조탓에 더 이상 사진 촬영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달이 아파트 뒤로 넘어가버리는 것이다. 헐! 이런 황당한 경우를 보았나! 낭패로구나!!

 

 결국 장비를 챙겨 아파트 밖으로 나가서 달이 잘 보이는 공터에 자리잡고, 점점 사라져가는 달을 구경했다. 장비라야 싸구려 삼각대와 200mm 렌즈가 부착된 카메라가 전부이지만 말이다.

 

 처음에는 마누라도 같이 구경하다가 춥다며 들어가 버렸다.

 

 그렇게 약 삼십여 분 있으니 결국 달은 사라지고 말았다.  새로 살이 오르는 달을 기다렸으나 날은 추워지고 시간은 어느덧 자정을 향해 흘러가고.... 결국 나도 집으로 들어오고 말았다.

 

 집안에 들어와 사진을 정리하다 새벽 1시가 지나 현재 상황이 궁금하여 반대편 베란다 창문을 열고 하늘을 쳐다보니, 이럴수가! 하늘은 온통 구름으로 덮여버린 것이 아닌가? 참으로 기막히게 맑은 하늘의 월식 장면을 볼 수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울 따름이다.

 

 막상 사진을 올리고 보니 허접하기 그지없다. 촬영기술도 그저 그렇고, 편집기술은 영 꽝이고...... 기분이 좀 우울해지려고 한다. 그래도 2011년이 저무는 이 시점에서, 하루하루의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내지는 말자고 속으로 생각해 본다. 그렇게 위안을 삼아 본다.

 

 달의 몰락을 보며......

 그리고 또 다른 시작을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