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풍경

장작을 패다가 / 정호승

꿈꾸는 무인도 2015. 5. 5. 15:10

   장작을 패다가

 

  장작을 패다가

  도끼로 발등을 찍어버렸다

  피가 솟고

  시퍼렇게 발등이 부어올랐으나

  울지는 않았다

  다만

  도끼를 내려놓으면서

  가을을 내려놓고

  내 사랑을 내려놓았다

 

    - 정호승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창작과비평사, 1999)

 

  (사진 : 강원도 양양, 2013.02.10)

 

 이별의 아픔이란 도끼 날에 발등을 찍히는 것보다 훨씬 더 감당하기 어려운 아픔일 것입니다. 도끼에 찍힌 상처는 시간이 치료해 주겠지만, 이별의 슬픔은 계절이 바뀌거나 해가 거듭되어도 가시지 않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