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1

메꽃

꿈꾸는 무인도 2014. 7. 2. 16:46

 걸어서 출근하는 길에 길가에서 살포시 웃음을 흘리고 있는 메꽃을 보게 되었습니다. 며칠 전부터 피어 있었는데 그동안 눈으로만 보다가 오늘 드디어 카메라에 담게 되었습니다. 바쁜 출근길에 쪼그리고 앉아 급하게 찍다 보니 제대로 담진 못하였지만, 그래도 메꽃 사진을 보니 어린 시절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1970년대의 강원도 산골은 어린 아이들의 허기진 배를 채우기에는 너무나도 힘든 곳이었습니다.     

 

 

 강원도의 산골 아이들은 봄이 되면 논두렁을 파헤치다 어른들에게 참 많이도 혼났습니다. 논두렁 깊이 박혀 있는 메꽃 뿌리를 캐내어 구워 먹기 위해서인데요...... 도톰하게 살이 오른 메 뿌리를 약한 잿불에 잠깐 파묻어 놓았다가 꺼내어 호호 불어가며 먹는 재미는 시골 아이들에게는 거부할 수 없는 강렬한 유혹이었습니다. 그만큼 배가 고프던 시절이었다는 방증이 될 수도 있겠지요. 불에 구운 메 뿌리를 먹다 보면 입가는 온통 시커멓게 재가 묻곤 했지만, 달콤한 메 뿌리의 맛은 배고픈 아이들에겐 그야말로 별미 중의 별미였습니다. 힘없는 아이들도 쉽게 파낼 만큼 논두렁의 흙이 부드러워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이들은 꼭 논두렁에서만 메 뿌리를 캤습니다. 메 뿌리를 파낸 다음 논두렁을 원래 상태로 다져 놓으면 아무 탈이 없었을 텐데, 조심성 없는 아이들은 소기의 목적만 달성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냉큼 가 버리곤 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한바탕 훑고 지나간 논두렁은 늘 망가져 있게 마련이었던 것입니다. 그만큼 철부지 어린 시절이었습니다. 하긴 어릴 때는 다 그렇지 않을까요? 세월이 흐른 지금도 길가에 피어 있는 메꽃을 볼 때면, 그 옛날의 추억이 가슴 깊은 곳에서 메꽃처럼 은근히 피어오르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