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1

2012 가을 교정

꿈꾸는 무인도 2012. 10. 26. 18:13

  2012년 10월 26일 금요일입니다. 33년 전의 오늘은 우리 현대사의 한 획을 긋는 총성이 울린 날이기도 합니다. 그것이야 어찌 되었든, 내일부터 연휴가 이어진다는 다소 여유로운 마음으로 오후의 빈 시간을 이용해 교정을 돌며 가을빛을 담아 보았습니다.

 

 

  작년 이맘 때도 교정의 가을빛을 담아보았던 기억이 나는데,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흐르는 세월의 속도를 못 이겨 아찔한 현기증마저 느껴집니다.

 

 

 

  그러나 그 어지러움은 단순히 시간의 속도감에서 기인하는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흘러가는 세월 따라 삶의 내용을 원숙함으로 채우지 못한 자괴감도 한 몫 하겠지요.

 

 

 

  그럼에도 가을빛은 아름답기만 합니다. 동시에 도시의 삭막한 회색빛 아파트가 더없이 초라하게 느껴지는 가을 오후입니다.

 

 

 

  붉은 단풍나무 잎새의 황홀함에 숨이 막힐 것도 같습니다.

 

 

 

  흘러가는 시간의 무게를 견디다 못한 벚나무 잎은 여실하게 가을빛에 젖어 있습니다.

 

 

 

  교정에 가을이 잔뜩 몰려왔습니다.

 

 

 

  단풍나무 붉은 잎은 붉다 못해 차라리 핏빛처럼 처연한 모습입니다.

 

 

 

  정원석에 내려앉은 노란 느티나무 잎사귀가 가을의 운치를 한껏 더해주고 있습니다.

 

 

 

  땅바닥에 굴러다니는 후박나무의 넓은 입사귀는 허연 배를 드러낸 채 바람에 이리저리 굴러다니고 있습니다.

 

 

 

  지상에서 제 할 일을 마감한 잎사귀들은 나무의 뿌리 가까운 지상으로 내려앉아 흙 속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교정에 2012년의 가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