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풍경

가을 山門에서 / 김건남

꿈꾸는 무인도 2012. 9. 24. 14:05

  

    가을 山門에서

 

  아련히 저무는

  가을 산자락

  나직이 들추고

  홀로 서 있는 들꽃 한 송이

  꽃잎마다

  금세 눈물이 되어

  뚝뚝 지는 슬픔, 나는 압니다

 

  코끝 시리게

  감아 내리는

  서리바람 한 올

  무심코

  산사(山寺)의 밤은 깊어가는데

  나그네의 허한 가슴에

  숭숭 뚫린 구멍

  누구의 흔적인지 나는 압니다

 

  홀로 보채다가

  돌아눕고 돌아눕는 내게

  밤마다 불면 앞세우고 찾아오시는

  진한 그리움

  어디서 오시는지 나는 압니다.

 

   - 김건남 <햇비 내리는 밤의 우화> (풀빛, 1996)

 

  (사진 : 양주 고읍지구 공원에 핀 벌개미취, 2012.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