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풍경

4월의 노래 / 박목월

꿈꾸는 무인도 2020. 4. 2. 00:47

 그 옛날 음악 시간에 저마다 목청껏 불렀던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로 시작하는 박목월의 <4월의 노래>에 등장하는 그 목련을 교정에서 담아 봅니다.

<4월의 노래>는 박목월의 시에 김순애가 곡을 붙인 노래라고 하는데, 해마다 이맘때쯤 목련을 볼 때마다 저절로 흥얼거리게 되는 노래이지요. 사진에서 보이는 목련은 꽃의 세력이 다소 빈약한 듯 보이지만 그래도 봄의 감성을 자극하기에는 충분하다고 억지부려 봅니다.

 

 

   

   4월의 노래 / 박목월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구름꽃 피는 언덕에서 피리를 부노라

  아아 멀리 떠나와 이름 없는 항구에서 배를 타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목련꽃 그늘 아래서 긴 사연의 편질 쓰노라

  클로바 피는 언덕에서 휘파람 부노라

  아아 멀리 떠나와 깊은 산골 나무 아래서 별을 보노라

  돌아온 사월은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든다

  빛나는 꿈의 계절아

  눈물어린 무지개 계절아

 

 

 

 7080의 감성으로 볼 때 목련과 관련한 노래로 양희은의 <하얀 목련>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하얀 목련 / 양희은 작사, 김희갑 작곡

 

  하얀 목련이 필 때면 다시 생각나는 사람

  봄비 내린 거리마다 슬픈 그대 뒷모습

  하얀 눈이 내리던 어느 날 우리 따스한 기억들

  언제까지 내 사랑이어라 내 사랑이어라

  거리엔 다정한 연인들 혼자서 걷는 외로운 나

  아름다운 사랑 얘기를 잊을 수 있을까

  그대 떠난 봄처럼 다시 목련은 피어나고

  아픈 가슴 빈자리엔 하얀 목련이 진다

 

 

 

 사실 <하얀 목련>이란 노래는 양희은의 자전적인 체험을 담고 있다고 하지요. 30대의 젊은 나이에 심각한 질병으로 생사의 기로에 서 있던 어느 날, 입원해 있던 병실의 창밖에 피어 있는 목련을 보며 마치 유언이라도 남기듯이 쓴 글이라고 하는데, 결국 기적처럼 소생하게 되었다는 일화가 전합니다.

 

 

 

 누군가는 예쁜 봄꽃을 보며 깊은 슬픔과 외로움에 빠져들기도 하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봄날의 아름다운 서정에 잠기기도 하겠지요. 가만히 생각해 보면 꽃은 열매를 잉태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아름다운 생명력을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비록 2020년의 봄은 잔인하지만, 아름다운 꽃을 보면서 아름다운 감성에 빠져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