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2

2020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꿈꾸는 무인도 2020. 3. 25. 00:57

 2020년의 3월은 말 그대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입니다. 오늘은 3월 24일 화요일입니다. 중국발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휩쓸면서 말 그대로 '역병이 창궐'하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3월 2일에 신학기를 시작해야 했으나 3월 9일로, 다시 3월 23일로, 그리고 4월 6일로 세 차례에 걸쳐 개학이 연기되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펼쳐지고 재택근무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첫 3주 동안에는 2~3일에 1일 출근, 이번 주부터는 주 1회 출근으로 조정되었지요. 그렇다 하더라도 마음이 편하지는 않습니다. 신라 때의 처용이라도 불러내어 역병을 옮기는 귀신 바이러스를 물리치고 아이들과 지지고 볶는 험난한 일상으로 어서 빨리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합니다.

 재택근무 시간이 끝나고 마스크를 착용하고는 카메라를 둘러매고 집 근처의 한적한 길을 조심스럽게 걸어 봅니다. 오후 5시가 넘었는데도 아직 태양은 서쪽 하늘에 높이 떠 있습니다. 그래도 집 밖으로 나와서 햇빛을 받으며 봄바람이라도 쐬니 한결 기분이 나아지는 것도 같습니다. 지나다니는 사람도 거의 없고 어쩌다 만나는 사람들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멀찌감치 떨어져 교행하게 됩니다.

 3월 하순의 따뜻한 봄날씨이지만 이 지방에선 이제야 산수유, 목련, 매화, 꽃다지, 민들레와 같은 녀석들이 꽃망울을 서서히 피워올리고 있네요. 길가에 한참을 멈춰 서서 사진을 찍으며 참 예쁘다! 하는 느낌을 가슴으로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예쁜 꽃을 보며 예쁘다는 느낌을 갖는 것마저도 사치스럽게 생각되고, 자연의 아름다움보다는 오히려 마음속 가득 끼어 있는 안개의 자욱함이 더욱 크게 와 닿는, 그런 봄날 저녁입니다. 봄 같지 않은 봄의 황량함만이 가득한 꽃피는 봄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