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향, 양양 송이
오늘은 2018년 9월 23일 일요일입니다.
추석을 맞이하여 어제 양양집에 왔지요. 식구들끼리 거나하게 저녁식사를 하고 오늘 아침 2호와 3호를 대동하여 뒷산에 올랐습니다. 늘 그래왔듯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잔뜩 안고 송이를 찾아 어슬렁거렸습니다. 오늘은 운수가 좋은지 천년의 향이라 소문난 양양송이를 발견하여 사진에 담는 행운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3호만 대동하여 출발하였지만, 나중에 2호가 합류하여 거의 세 시간 가까이 뒷산을 이 잡듯 훑었지요.
싸리나무를 닮았다고 하여 그런지 싸리버섯이라고 불리지요. 독성이 있어 끓는 물에 데친 후 찬물에 하루 정도 담갔다가 요리를 해야 뒷탈이 없지요. 쫄깃한 식감이 특징입니다.
양양 사람들에게 많이 익숙한 곰버섯입니다. 예전에는 흔하디 흔한 버섯이었는데 요즘에는 귀한 신분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송이버섯 만큼 희귀한 버섯은 아닌지라 주의를 기울여 주변을 살피면 종종 눈에 띄지요. 양양 읍내 장마당에서 예전보다는 비싸게 거래된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이 녀석은 참나무 그루터기에서 자라는 운지버섯입니다. 늘 볼 때마다 구름이 피어나는 것처럼 아름다운 무늬를 자랑하고 있어 종종 사진에 담곤 하지요. 차로 끓여 마시면 속이 편안해집니다.
정말 눈 호강을 실컷 하게 되는 버섯입니다
버섯을 찾아 헤매던 어느 순간 2호가 아빠를 부릅니다.
아빠! 이게 뭐야? 독버섯이야?
계속되는 산행에 슬슬 지쳐갈 즈음 약 10m 후방에서 2호가 걸음을 멈춰 세웁니다. 되돌아 가기 귀찮아서 그냥 물어 봅니다.
어떤 색깔이야?
아빠, 갈색 비슷해......
그럼 굵기는 통통한 편이야, 아니면 가느다란 느낌이야?
아빠, 얘는 통통한데 예전에 아빠가 찍은 사진에서 본 것 같애......
부리나케 발길을 되돌려 2호가 있는 곳으로 달려갑니다. 아뿔싸......
천년의 향을 자랑하는 양양 송이가 눈 앞에 펼쳐져 있습니다. 내가 방금 지나왔던 곳인데, 2호의 눈에는 들어온 것이지요. 그래요. 송이는 찾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법인가 봅니다. 예전부터 그런 말이 있었지요. 아무리 눈에 불을 켜고 찾아 보아도 보이는 사람에게만 그 자태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송이라고......
주변에서 다른 송이도 발견됩니다.
총 다섯 송이를 캐었지요. 힘든 산행 끝에 얻은 결과물이라 기쁨은 뭐라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2호 덕분에 거의 6,7년만에 자연산 양양 송이를 카메라에 담는데 성공했습니다.
2호와 3호가 땅에 닿을듯이 고개를 숙이고 버섯을 찾고 있는 모습입니다. 녀석들도 신났습니다. 그러나 더 이상은 발견하지 못하고 집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집에 돌아와 3호가 송이버섯을 들고 포즈를 취합니다.
채취한 송이버섯을 평상에 펼쳐놓고 사진을 찍습니다.
제3차 남북정상회담 기념으로 북측에서 남측에 송이 2톤을 선물로 보냈다고 하더군요. 청와대에서는 미상봉 이산가족 4,000명에게 500g씩 나눠주었다고 하던데, 오늘 채취한 송이버섯 다섯 송이의 총 무게가 정확히 250g이었습니다. 송이를 처음 발견한 2호는 온종일 자신의 무용담을 식구들에게 자랑하느라 여념이 없었고, 3호는 자신도 큰 역할을 했다며 우쭐대는 모습을 보였다는 후일담을 전합니다.
마당 한켠에서 자연산 능이버섯을 말리는 모습도 더불어 사진에 옮겨 봅니다.
이제 내일이면 추석입니다. 차례상에 송이버섯도 함께 올릴 수 있다는 뿌듯함을 안고 오늘 하루를 마감합니다.
다들 행복하고 풍성한 한가위를 맞으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