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의 초상2
어떤 얼굴
꿈꾸는 무인도
2018. 6. 8. 11:02
2018년 6월 7일 목요일입니다.
오늘은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있는 날이지요. 2교시 수학 시험을 감독하기 위해 2학년 2반 교실에 들어갔습니다. 시험이 시작되자마자 다들 집중하여 시험지 여백에 마구마구 숫자와 기호를 채워 나갑니다. 교실은 순식간에 연필심과 종이가 마찰하는 사각거림으로 가득해집니다. 한동안 그 감동적인 모습을 지켜보다가 교탁 뒤에 책상을 놓고 앉아 잠시 책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한 녀석으로부터 감독의 눈치를 보는듯한 수상한(?) 낌새가 느껴졌습니다. 평소 수업 시간에 열심히 공부하던 녀석이라 무슨 일인가 하고 그 녀석 옆으로 슬쩍 가 보았더니...... 수학 문제지 맨 뒷면에 어디선가 많이 봐 왔던 어떤 얼굴 하나가 그려져 있는 것이었습니다. 미술대학으로 진로를 결정한 녀석이라 수학 성적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인지 문제를 대충 풀고 남는 시간에 그림을 그렸던 것이지요.
녀석이 그림을 그리는 걸 알았더라면 좀 온화한 표정을 지었을 텐데...... 마침 읽고 있던 내용이 심각한 것이라 그런지 표정이 좋지 못하군요. 나중에 이 그림을 보신 주변 선생님들의 반응이 정말 뜨거웠습니다. 그렇지만 편안한 마음은 아닙니다. 아, 내가 저렇게 생겼구나 하는 쓸쓸함과 더불어 원판불변의 법칙은 어김없이 그림에도 적용된다는 슬픈 사실을 확인하고 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