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의 초상2

나리공원의 10월 #01 연휴의 끝자락

꿈꾸는 무인도 2017. 10. 10. 20:33

 2017년 10월 9일 월요일, 한글날입니다. 10일 동안의 기나긴 연휴가 끝나는 날이지요. 엊그제 시골에서 돌아와서 내일부터 시작되는 일상에 복귀할 마음의 준비를 하며 집안에서 뒹굴뒹굴하고 있었으나...... 막내 3호가 아빠를 가만히 내버려 두질 않네요. 3호의 독촉에 의해 결코 가볍지 않은 발걸음을 나리공원으로 내디뎌 봅니다. 천일홍 축제가 끝난지 한참 되었는데도 공원에는 사람들이 넘쳐납니다.

 

 

 꽃밭 속으로 들어가 꽃 가까이에서 꽃구경을 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바글거리는 사람들을 보니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그냥 도로변 인도에서 어슬렁거리며 꽃구경에 빠진 사람들을 구경하는 또 다른 재미를 느끼며 나리공원의 원경을 카메라에 담아 보기로 합니다.

 

 

 

 아,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북아프리카 원산의 '핑크뮬리'라고 하네요. 가을 바람에 일렁이는 핑크뮬리의 모습이 마치 자색 안개라도 자욱하게 낀 것 같은 몽환적인 느낌을 불러일으킵니다.

 

 

 

 

 

 

 

 

 

 진사님들도 눈에 많이 띄는군요. 그들의 열정도 옮겨 봅니다.

 

 

 

 행복해 보이는 가족의 모습이 눈에 띄어 200mm 렌즈로 당겨 봅니다. 이 정도로 얼굴을 가려 주었으니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 보면서......

 '핑크뮬리'라는 식물이 여름 내내 연초록 빛을 발산하다가 이제는 완연한 가을색으로 물들어 있습니다. 아니 이름에 '핑크'가 들어있는 것을 보면 처음부터 핑크색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명아줏과의 '댑싸리'도 연초록 색을 지우고 이젠 신비로운 자색 옷으로 갈아입고 있습니다.

 

 

 

 시골에선 댑싸리를 저렇게 밀식해 심지는 않지요. 기껏해야 밭 옆에 일렬로 심거나, 아니면 집 주변에서 저절로 자라나는 것이 일반적인데, 저렇게 촘촘하게 인위적으로 심어 놓은 모습도 장관입니다.

 

 

 

 

 

 

 이 사진은 전혀 의도한 것은 아니었는데, 나름대로 분위기가 있군요.

 

 

 

 

 

 

 10월인데도 천일홍이 아직 제 빛깔을 뽐내고 있습니다.

 

 

 

 

 

 

 범상치 않은 아저씨의 포즈......

 

 

 

 

 

 

 가까이 혹은 멀리 흐르는 산줄기의 유려한 아름다움에 잠시 시선을 줍니다.

 

 

 

 인위적으로는 흉내조차도 낼 수 없는, 그저 자연만이 빚어낼 수 있는 장쾌한 선의 아름다움......

  

 

 

 아이야, 너는 앞으로 꽃길만 걸어라...... 할아버지와 손녀가 닭꼬치를 먹으며 꽃길을 나란히 걷습니다.

 

 

 

 전망대 위에는 오늘도 사람들이 가득합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배도 채워가며 꽃구경을 해야겠지요...... 어느 곳에 시선을 두어도 그저 사람들이 넘쳐납니다.

 

 

 

 

 

 

 가우라(Gaura, 나비바늘꽃)의 꽃말은 '섹시한 여인'이라고 하지요. 

 

 

 

 촛불맨드라미는 가을 색감을 닮은 강렬한 빛을 발산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흰색 가우라를 앵글에 담아 봅니다.

 옆에 있던 열한 살의 '바른 생활 초딩' 3호는 사람들이 꽃밭에 함부로 들어가 사진을 찍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궁시렁댑니다. 3호의 말에 사진을 찍던 아빠는 속이 뜨끔해집니다. 그렇지요. 원래 안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세상 일이란 것이...... 살다 보면 적당하게 때가 묻기도 하고, 부지불식간에 위법 행위를 저지르기도 하고......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지킬 건 지켜야 하겠지요.

 

 

 

 금계국도 렌즈 가득 옮겨 봅니다.

 

 

 

 평화로운 풍경입니다.

 

 

 

 

 

 

 

 

 

 

 

 

 

 

 

 

 

 

 멍멍이를 안고 있는, 중년이 지난 듯 늙수그레해 보이는 사내가 눈에 들어옵니다. 왠지 좀 쓸쓸한 느낌이 묻어납니다.

 

 

 

 고독해 보인는 젊은 사내의 모습도 렌즈에 담아 봅니다.

 

 

 

 모델인가요? 왜 하필 쓰레기 분리수거장 앞에서......

 

 

 

 저 대포같은 렌즈...... 캐논 400mm 망원렌즈 같은데. 삼각대 없이 찍으면 미세한 흔들림으로 쨍한 사진을 얻기 쉽지 않을 텐데...... 재야의 숨은 고수인가봐...... 그나저나 한복 입은 모델은 발이 불편한듯 자꾸 발에 시선을 주네요. 

 

 

 

 정장 차림이라...... 흠, 맞선이라도 본 걸까요?

 

 

 

 댑싸리가 자아내는 색감이 환상적입니다.

 

 

 

 

 

 

 역광을 받은 핑크뮬리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예전에 목화축제를 할 때에는 목화가 주인공이었는데...... 올해에는 한쪽 귀퉁이에서 이렇게 천대받고 있네요.

 

 

 

 해가 설핏 기울어져 가는데...... 사람들은 꽃밭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고 깊어가는 계절을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이제 시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