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의 초상2

비 오는 날의 명주사

꿈꾸는 무인도 2017. 8. 10. 19:22

 2017년 8월 10일 목요일입니다. 오늘은 한여름의 불볕더위를 시샘이라도 하듯 하루 종일 비가 내렸지요. 덕분에 더위를 식힐 수 있었지만 물놀이를 하지 못한다고 녀석들은 불만이 많았습니다. 녀석들은 할머니께서 부쳐주시는 감자전을 먹으며 아쉬움을 달랬지요. 그래도 여전히 남아 있을 허전함을 채워 주려고 윗마을 절집에 다녀오기로 하였습니다. 녀석들의 의향을 확인했지만 결국 막내만 대동하고 어성전에 있는 명주사 구경길에 올랐습니다. 지난 겨울, 함박눈이 올 때와는 사뭇 다른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아빠와 막내가 비 오는 날의 운치를 즐기며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지요.

 

  

 명주사 경내에 들어서자마자 길 오른편으로 부도밭이 눈에 들어옵니다. 지난 겨울에는 그냥 지나쳤던 곳이지만 이번에는 막내와 둘만 있어서 거리낌 없이 차를 잠시 멈추고 카메라에 담아 보았지요. 천 년 고찰다운 고풍스러움이 느껴집니다. 

 

 

 

 

 

 

 

 

 

 

 

 

 

 

 

 

 

 

 부도밭을 지나 명주사 주차장에 차를 세웁니다. 가장 먼저 아담한 극락전이 눈에 들어왔지요.

 

 

 

 그리고 이어서 종각이 카메라 앵글에 잡힙니다. 지난 겨울에 함박눈이 눈 앞을 가릴 정도로 쏟아지는 가운데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나는데, 오늘은 시원하게 내리는 빗줄기가 눈 앞을 가립니다.

 

 

 

 돌탑 아래에서 우리 막내가 사진을 찍습니다.

 

 

 

 속 깊은 막내가 우산을 들어주며 사진 찍는 아빠를 배려해 줍니다.

 

 

 

 문득 막내가 소리를 지릅니다. 아빠, 이게 뭐야? 으응...... 뭐긴, 민달팽이네!

 

 [민달팽이 : 괄태충()이라고도 하며, 복족류의 껍데기가 없는 달팽이이다. 몸길이는 4∼5cm에 몸 너비는 약 1cm이다. 껍데기는 퇴화해 없어지고 연한 갈색의 외투막이 등을 감싸고 있다. 호흡공은 앞쪽 오른쪽에 열려 있다. 머리에서 꼬리까지 3줄의 검은색 가로선이 나 있으며, 검은색 점이 몸 전체에 불규칙하게 나 있고 아래의 발부분은 회백색이다. 머리에 2쌍의 촉각(더듬이)이 뿔처럼 나 있어 자유로이 내밀기도 하고 감추기도 하는데 뒤의 것이 앞의 것보다 길며 거기에 눈이 있다. 또 앞의 1쌍에는 후각기관이 있다. 
 인가 근처에서 흔히 볼 수 있으며 장독대, 담 등의 습한 곳과 온실 등에 서식한다. 낮에는 돌 밑이나 흙속에 숨어 있다가 밤이 되면 나온다. 발의 앞끝에 점액선()이 나오는 구멍이 열려 있어 몸이 건조할 때 점액을 분비하여 몸이 잘 미끄러지도록 한다. 식물의 잎에 올라가 먹을 부분을 침으로 축인 후 단단한 위턱으로 물어서 갉아먹는다. 자웅동체이며 부화 후 약 1년 동안에 완전히 성숙하고 이듬해 초여름에 흰색의 둥근 알을 약 40여 개 낳고 죽는다 .] (두산백과에서 재구성)

 

 백과사전에선 민달팽이의 몸길이를 4∼5cm라고 설명했지만, 오늘 만난 녀석은 몸길이가 거의 10cm에 육박할 정도로 거대한 녀석이었습니다.

 

 

 

 막내는 징그러워하는 기색없이 민달팽이가 쉬고 있는 돌탑 위에 작은 돌 하나를 정성스레 올리며 소원을 빕니다. 무슨 소원을 빌었느냐고 물었더니 막내가 말하기를 아무 소원도 빌지 않았다네요...... 나중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 다시 말하길 소원은 발설하지 않는 것이라고 합니다......

 

 

 

 다른 돌탑에도 시선을 옮겨 봅니다. 다른 절에서 볼 수 있는 화강암을 정교하게 다듬어서 만든 전형적인 석탑은 아니지만, 자연석을 생긴 그대로 정성스럽게 쌓아서 만든 돌탑이 오히려 훨씬 정겹습니다. 

 

 

 

 종각을 돌아 다시 극락전을 카메라에 담아 봅니다.

 

 

 

 극락전 왼쪽에 위치한 삼성각 앞마당에는 통나무에 홈통을 파서 계곡물을 끌어들인 장치가 눈에 들어옵니다. 명주사 스님이 마음을 울리는 아름다운 글을 써서 홈통에 달아 놓았습니다. 글귀를 조금 수정하여 옮겨 봅니다.

 

 

 

 꽃이 진다고 바람을 탓하리오. 표주박에 한 잎 띄워 마시면 그만이지......

 

 

 

 사람이 하늘처럼 맑아 보일 때가 있다. 나는 그에게서 차의 냄새를 맡는다......

 

 

 

 차 한 잔 속에 청산이 잠겼으니...... 꽃 피고, 비 오고, 바람 불고, 물 흐르는 세월 속에 나 혼자 걸어가나니......

 

 

 

 차 마시기 좋을 때, 외로움에 가슴 아릴 때, 창문에 푸른 달 서성일 때, 빗소리에 가슴 젖을 때, 그리운 벗 찾아 왔을 때......

 지금 우리들이 타고 가는 시간이라는 무정한 배, 미움을 싣기에는 너무 좁아요. 사랑만 가득 싣고 떠나기로 해요. 두 손 꼭 잡고......

 

 

 

 때마침 마타리꽃 노란 빛이 마음을 환하게 합니다.

 

 

 

 

 

 

 한켠에는 저마다의 소원을 적은 기왓장이 가지런히 쌓여 있습니다. 수키와가 대부분이군요.

 

 

 

 수키와 왼쪽으로는 암키와도 쌓여 있고...... 소원은 대부분 암키와에 적혀 있지요......

 

 

 

 정성스럽게 쌓아 올린 돌탑에는 계속해서 빗줄기가 내려서는 쌓이고......

 

 

 

 극락전 팔작지붕에도 한여름의 시원한 빗줄기가 내려와 앉습니다.

 

 

 

 극락전 앞에는 배불뚝이 포대화상이 자리하고 앉아 환한 웃음을 흘리고 있지요.

 

 

 

 종각 안에는 1704년(숙종 30년)에 제작된 동종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극락전 앞에는 명주사의 내력을 설명하는 안내판이 자리하고...... 1009년에 창건되었다고 하니...... 말 그대로 천 년 고찰입니다.

 

 

 

 내리는 비를 맞으며 극락전 내부를 염탐해 봅니다.

 

 

 

 극락전 앞의 조형물도 렌즈에 담아 봅니다.

 

 

 

 얼마나 태워야 오만이 없고, 얼마나 버텨야 자유로울까......

 얼마나 속아야 행복하고, 얼마나 미워해야 사랑이 싹트며......

 얼마나 사무쳐야 하늘이 열릴까...... 

 

 명주사 요사채의 주련 글귀가 마음을 울립니다. 이어서 요사채 벽면에 그려진 탱화를 옮겨 봅니다.

 

 

 

 얼마나 썩어야 종자로 열고......

 

 

 

 얼마나 닦아야 거울 마음 닦을까......

 

 

 절집 앞 높게 솟은 전나무엔 녹음이 무성하고......

 

 

 

 그렇군요......

 

 

 

 명주사 반야월 보살님은 잠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꽃들과의 대화로 하루를 시작하며, 홍비단 무늬 속에서 노을이 질 때까지 꽃들과 사랑을 나누며 하루를 보낸다지요...... 보살님의 삶이 부럽습니다......

 

 

 

 반야월 보살님의 정성으로 활짝 핀 쑥부쟁이도 싱그러운 꽃잎마다 영롱하게 빛나는 빗방울 보석을 매달고 있습니다.

 

 

 

 

 

 

 

 

 

 

 

 

 

 

 

 빗방울 보석 속에 또 하나의 아름다운 꽃이 피어 나고......

 그러나...... 제 아무리 아름다운 꽃이라고 할지라도 중력을 이기지 못해 지상으로 추락하고 마는데......

 대신 새로운 보석 방울이 이곳 저곳에 거리낌 없이 피어납니다.


 

 

 

 

 보살님의 정성이 가득 담긴 예쁜 꽃들을 지나는 길손이 마음 속 깊이 갈무리합니다.

 

 

 

 주차장에서 바라본 요사채가 한여름의 짙은 빗방울 속에 잠겨 있습니다.

 

 

 

 종각은 내리는 빗속에 운치있는 모습으로 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주차장에서 우리 막내가 기념 사진을 남깁니다.

 

 

 

 길가에 서 있는 돌탑이 자꾸만 마음을 끌고......

 

 

 

 돌아가는 길에 절집 입구의 울창한 금강송 솔숲을 렌즈에 담아 봅니다. 세차게 내리는 빗줄기 속에서 자동차의 와이퍼를 작동하고, 와이퍼가 지나간 찰나의 순간을 이용해 촬영하였지요. 습기로 인해 시야가 선명하진 못합니다.

 

 

 

 그렇게 막내와 함께 보낸 8월의 비 내리는 하루가 서서히 저물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