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의 이름
5월의 마지막 날, 여왕의 위엄을 뽐내고 있는 장미의 모습을 담아 보았다.
장미 사진을 담다 보니, 예전에 읽은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 머리를 살짝 아프게 하며 스쳐 지나갔다.
중세 유럽의 역사적, 신학적, 철학적 배경지식이 변변치 못해 진도 나가기가 조금은 힘들었지만, 그래도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서사 전개 속에서 묘한 호기심이 발동되어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까지 책을 읽는 내내 골치 아픈 쾌감 비슷한 것을 느꼈었다. <푸코의 추>에서 생긴 에코에 대한 관심이 <장미의 이름>으로 연결되었던 것인데...... 참으로 위대한 작가임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장미! 하면 떠오르는 시인이 있다. 바로 릴케(Rainer Maria Rilke 1875.12.4~1926.12.29)이다.
릴케는 장미를 사랑했지만 결국 장미는 릴케를 죽음으로 이끌게 되고...... 모순의 꽃 장미여!!
릴케는 장미에 심취하여 열심히 심고, 가꾸고, 그 향기에 취해 사색에 잠기기도 하며, 장미에 관한 시를 여러 편 남겼다고 한다.
그는 1921년부터 스위스 론강 근처의 <뮈조트>라는 고성(古城)에 머물며 장미를 가꾸며 왕성한 시작(詩作)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1926년 9월, 친구의 소개로 성을 방문한 아름다운 여인에게 주려고 정원에서 장미를 꺾다가 가시에 찔려, 결국 3개월 후 죽음에 이르게 되었다. 백혈병에 걸려 면역력이 약화되어 있는 상태에서, 가시에 찔린 상처가 덧나(파상풍, 아니면 패혈증이라는 이야기도 있음) 어떻게 보면 낭만적(?)인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인생은 멋진 것이다!" Das Leben ist eine Herrlicbkeit
릴케가 병상에서 남긴 마지막 말이라고 전한다.
릴케의 묘비에는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장미여,
오, 순수한 모순이여,
그 많은 눈꺼풀 아래 그 누구의 잠도 아닌 기쁨이여!"
Rose,
oh, reiner Widerspruch, Lust
Niemandes Schlaf zu sein unter so viel Lidem!
릴케에 관한 정보를 찾으려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시 한 편을 발견하게 되었다.
제목 : 릴케, 장미 가시에 찔려 죽은 시인(릴케에게 띄운 13행시)
릴케, 어쩌다 장미 가시에 찔려 죽은 불운한 장미의 시인이여
케케묵은 옛날 이야기 같지만 모든 것이 사실이니 놀라워라
장미를 가꾸며 장미를 노래하다 장미에 배신당해 죽다니
미상불 얄궂은 운명 때문에 그대 그토록 장미에 연연했던가
가시나한테 반해서 멋스런 장미송이 꺾어주려다 흥! 잘했군
시인아 그대 묘비에 "오 장미여 순수한 모순이여"라 썼으니
에둘러 얘기한지는 몰라도 혹 장미를 원망한 말은 아니었나
찔려 죽고 나니 평생 장미만 노래했던 삶이 모순일 수밖에!
려원이란 한국 여배우가 곱다해도 어디 장미만큼이나 고우랴
죽은 사람 말이 없고 서울대공원장미원이 릴케 혼백 부른다
은은한 장미향에 취하느니 우리네 삶도 부디 장미빛이기를!
시들한 나의 하루가 오늘도 초가을 코스모스처럼 흔들리는데
인생은 멋진 것! 그대가 남긴 마지막 말에 기대를 걸어본다
출처 : cafe.daum.net/essayist123
낭만과 멋을 아는 사람이다. 릴케도, 릴케에게 띄운 13행시를 쓴 사람도......
5월의 마지막 날, 물뿌리개의 조화(?)로 인해 꽃송이에만 물방울을 매단 채 붉은 꽃 이파리를 활짝 펼칠 준비를 하고 있는 장미의 모습이 마냥 싱그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