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는 날의 명주사(明珠寺)
2017년 1월 29일 일요일입니다. 설날인 어제는 봄과 같은 화창한 날씨였는데, 오늘은 아침부터 잔뜩 흐리더니 오후가 되자 굵은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합니다.
윗마을에 명주사(明珠寺)라는 오래된 절이 있지요. 눈길을 헤치고 절집 구경길에 오릅니다.
집에서 출발할 때는 눈이 약간 흩날리는 정도였는데, 자동차로 15분 정도 달리는 사이에 눈발이 굵어지기 시작합니다. 돌아갈 길이 조금은 걱정되기도 하였지요. 아담하지만 우뚝 솟은 종각이 내리는 눈 속에서 고고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점점 거세지는 눈발 속에서 작지만 예쁜 절집을 둘러봅니다. 종각과 극락전, 삼성각, 요사채가 전부인 작은 규모의 산골 절이지만 주변 산세와 멋진 조화를 이루며 운치를 자아내고 있어 보는 사람도 절로 마음이 평화로워짐을 느낍니다. 절에 오니 마음도 절로 좋아지네요.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313년 전(숙종 30년, 1704년)에 제작되었으며, 18세기 조선 후기의 양식적 특성이 잘 드러나는 범종이라고 하지요.
어머니께선 돌탑 위에 작은 돌 하나를 얹으시며 무슨 소원을 빌고 계실까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슬며시 웃음이 나오네요. 왜냐하면 오늘이 일요일이라 오전에 집 앞에 있는 교회에 다녀오신 때문이지요. 더구나 어제는 낙산사에도 다녀오셨고요...... 교회와 절을 오가며 소원을 비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절로 웃음이 나옵니다.
해우소에 들어가 볼 일을 보고 나서 손을 씻고 다시 법당에 들어갈 때까지 3번씩 읊조려야 할 다섯 단계의 진언이 해우소 벽면에 적혀 있습니다. 뜻을 읽어 보니 슬며시 웃음이 나옵니다. 생각해 보면 다 맞는 말이지요.
깊은 산 속에 자리잡은 아담한 절집은 온통 함박눈으로 가득합니다.
마음마저 따스하게 하는 굵은 함박눈을 맞으며 잠시 마음을 가라앉히는 시간을 가져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