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의 초상2

양양의 겨울 #02 야생의 흔적

꿈꾸는 무인도 2017. 1. 25. 21:32

 김수영 시인의 말처럼 눈은 살아있습니다. 말 그대로 살아있는 야생의 흔적을 가감없이 보여줍니다. 눈 위에 남겨진 흔적을 통해 '그래, 자식들. 아직 살아있네!' 하는 확실한 느낌을 받습니다. 고라니, 멧돼지......

 문득 뒤를 돌아보니 지나온 내 발자국도 보입니다. 그래, 아직 살아있군!

 

 

 사진에 담진 못했지만 발자국 간격이 거의 2m에 육박하는 것으로 미루어 고라니의 발자국임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이 발자국은 멧돼지의 것으로 보입니다. 한 마리가 아니군요.

 

 

 

 아니, 이것은 지나온 내 발자국이네...... 눈 때문에 본의 아니게 여덟 팔자로 걷게 되었다는 핑계를 대 봅니다.

 

 

 

 집 앞 논바닥에 멧돼지들의 발자국이 선명합니다.

 

 

 

 여기도......  발자국의 간격으로 보아 오른쪽은 멧돼지, 왼쪽은 고라니 발자국이겠군요......

 

 

 

 등산화를 신고 걷다 보니 정강이까지 눈에 빠지는 통에 집으로 돌아올 때는 내 발자국을 그대로 밟고 오게 되었지요. 뒤를 돌아보니 왠지 멋스러워 보이기까지 하는데요. 마치 한 마리의 살아있는 야생 동물의 발자국처럼 한 번의 망설임도 없이 거침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푸하핫! 과연 나의 삶도 그런 발자국을 남길 수 있을까요?